서버룸(Server Room)에서 나오는 소음이 신경쓰인다. 그렇다고 서버룸의문을 닫을 수도 없다. 내부 열기가 대단하다. 주말에 혼자 사무실에 있을 때는 서버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거대한 랙과 요란한 팬소리는 언뜻 서버의 위엄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일 뿐이다. 소음, 에너지 낭비, 열기, 그리고 공간 낭비까지 보태서 쾌적해야할 사무공간을 망치는 골치덩이일 뿐이다. 그래서 이 넘들을 어떻게든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대략 이렇게 생긴 서버들이 랙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2013년 사무실을 바로 옆 건물로 이사를 했다. 기회가 왔다. 시꺼먼 사각 고철덩어리 모양을 하고 있는 랙과 서버를 중고로 팔아 치웠다. 그리고 기존 서버의 용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장비를 준비했다. 6테라 NAS 2대, 맥미니 서버 2대, 에어포트 익스트림 2대. 이 세 종류 만으로도 기존 서버를 훌쩍 뛰어 넘었다. 거기다 모든 사무실 컴퓨터는 무선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따로 서버룸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여섯 대의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은 작은 테이블이면 충분했다.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속이 다 시원했다. 사무실에서 더 이상 서버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건물 옆의 1호선 기차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가끔씩 여행의 추억을 들춰주니까. 그래서 낭만적으로 들리니까 참아줄 수 있다.
우리 랙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이미지출처:http://jordaneunson.com/wp-content/uploads/2010/05/IMG_0256.jpg)
시간이 흐르면서 여섯 개의 기기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갔다. 아무런 소리 없이 아무런 오류도 없이 너무 잘 돌아가다 보니, 어느 누구의 손길도 가지 않은 탓이다. 정전이 되어도 알아서 재시동되고, 웬만한 문제는 알아서 진단하고 수정한다. 당연히 작고 이쁜 기기들은 먼지를 한 겹 한 겹 뒤집어 쓰기 시작했다. 이 기기옆에 멋없이 엎드려 있는 길쭉한 허브는 네트워크 케이블 몇 개를 물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케이블, 전원 케이블 등이 뒤엉켜 함께 먼지를 뒤집어 쓴다. 가끔씩 닦아 주지만, 서너 달 잊어버리는 일이 흔하다 보니 기기들은 당연히 먼지 속에서 존재감을 서서히 잃어갔다.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당번을 정해두고 돌아가며 청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여섯 개의 이쁜 기기에 대한 예의를 어떻게 갖출까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 즈음 눈이 자꾸 침침해서 불편했다.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하늘과 푸른 숲을 자주 보라 한다. 하루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 보며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하늘과 숲을 볼 여유는 없다. 일을 한 번 시작하면 문제를 다 풀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습관 때문일게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눈은 편할 날이 없다. 하늘이나 숲을 보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나무라도 사무실에 들여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서버 가든(??) 구축 계획이 머리를 휙 스쳐 지나갔다.
네트워크 허브(HUB)와 각종 케이블을 숨긴다.
서버 기기를 나무아래 둔다. (서버 기기도 좋아하겠지...)
한 술 더 떠서, 음악이 흐르면 좋겠다.
세 가지 바램을 갖고 준비에 들어갔다. 허브와 케이블을 감추려면 받침대가 필요하다. 옥션을 열심히 뒤져서쓰임새에 꼭 맞는 원목 받침대를 샀다. 다음으로 오디오가 필요하다. 개발실에는 음악이 흘러야 하니까. 그 오디오는 NAS나 맥미니 서버와 잘 어울려야 한다. 이 컨텍스트에서는 음질보다는 외모가 중요하다(죄송^^). 한 마디로 걸그룹급의 오디오가 필요하다. 사무실에 있던 시크한 스타일의 오디오는 직원에게 분양하고, 아이리버에서 만든 하얀 오디오를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나무가 필요하다. 아는 사람이 딱 어울리는 상품을 소개해 주었다. 이제 세 가지 모두 갖추었다. (상품 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였기에, 필요하신 분들의 시간절약을 위해 링크도 함께 걸어둡니다.)
원목 받침대 (상품명: 프로방스원목화분대, 18,900 x 3개)
오디오(상품명: iRiver IA160, 16만원 x 1대)
나무 화분(상품명: 네 가지 정원, 100,000 x 2)
서버가 있던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고, 원목 받침대를 두고, 기기를 배치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자 보실까요? 서버 정원을...
넥스트리 서버 정원
반대 쪽에서 봐도 봐줄 만 하다. 아니 멋지다.
오디오를 앞에 세우고 찍어도 멋있다.
남은 화분을 개발자 사이에 하나씩 배치했다. 서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좋고, 나무가 보고 싶을 때도 좋고, 서로 보고 싶을 때도 좋다. 숲은 아니더라도 몇 그루의 나무가 들어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비주얼, 사운드, 성능 모두 만족스럽다. 오디오는 하루 종일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물론 국악, 그것도 판소리가 흐르는 시간이면 개발실에 작은 반란이 일어난다. 우리는 평화로운 개발실로 한 걸음 다가섰다.
나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소음과 열기의 상징인 서버룸이 두 단계 변신을 거쳐서 서버 가든이 되었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분들이 저게 뭐냐고 물어본다. "서버가든"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쑥쓰러워 그냥 회사 서버들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Nextree Server Garden"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다들 신기하다고 한다. 회사 개발환경이 하나둘 클라우드로 이사가고 있어서 내부 서버가 예전 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Nextree Server Garden(version one)"은 또 다른 변신을 꿈꾼다.
송태국(tsong@nextree.co.kr)